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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 인공지능(AI) 기반 병리 슬라이드 분석의료 인공지능 2025. 8. 12. 05:04
환자의 질병을 세포와 조직 단위에서 파악하는 의학 분야를 병리학이라고 한다. 병리학은 정확한 진단과 치료 방향 결정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전통적인 병리 분석은 현미경과 육안 판독에 의존하여 시간이 오래 걸리고 병리학자 간의 주관적 해석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는 단점이 있었다. 특히 하루에 수백 건 이상의 슬라이드를 분석해야 하는 대형 병원에서는 병리학자의 피로와 업무 부담이 누적되면서 판독 오류 가능성이 높아진다. 의료 인공지능(AI) 기반 병리 슬라이드 분석 기술은 이러한 문제점에 대한 대안으로 떠오른다. 최근에는 디지털 병리 시스템과 결합해 빠르고 정밀한 진단을 가능하게 하고 있다. 이 글을 통해 AI 병리 분석 기술의 발전 과정, 핵심 기술 요소, 실제 임상 적용 사례, 그리고 향후 전망을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병리 슬라이드 분석의 발전과정
병리 슬라이드 분석은 인체에서 채취한 조직이나 세포 표본을 얇게 절편한 뒤, 특수 염색을 거쳐 유리 슬라이드 위에 고정하고 현미경으로 관찰·해석하는 과정을 말한다. 이 분석의 목적은 환자 조직 내의 세포 구조, 분포, 형태 변화를 세밀히 살펴 질병의 종류와 진행 정도를 판별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암 조직에서는 세포핵의 크기와 모양이 비정상적으로 커지고 불규칙해지는데, 병리 슬라이드 분석을 통해 이러한 변화를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다.
분석 과정은 보통 세 단계로 이뤄진다. 첫째, 조직 채취와 고정 단계에서 환자의 조직을 수술이나 생검을 통해 얻은 뒤, 포르말린 용액에 담가 변형을 방지한다. 둘째, 조직 절편과 염색 단계에서는 마이크로톰이라는 기계를 사용해 3~5마이크로미터 두께로 절단하고, 헤마톡실린-에오신(H&E) 또는 특수 염색법을 적용해 세포와 조직 구조를 대비시킨다. 셋째, 현미경 판독 단계에서 병리학자가 표본을 관찰해 세포의 형태학적 특징, 병변의 범위, 침윤 여부 등을 기록한다. 전통적으로 이 과정은 병리학자의 숙련된 눈과 경험에 크게 의존해왔으나, 판독자가 다르면 해석 결과에 차이가 날 수 있다는 한계가 있었다. 그럼에도 병리 슬라이드 분석은 수많은 질병 진단에서 ‘골드 스탠더드’로 불리며, 특히 암 진단과 병기 결정에서 필수적인 절차로 자리 잡았다. 최근에는 이 과정을 디지털화하고 AI와 결합해, 육안 판독의 한계를 보완하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
AI 기반 병리 분석이 발전하려면 먼저 병리 슬라이드가 디지털 이미지로 변환되어야 한다. 전통적으로 병리 슬라이드는 현미경을 통해 직접 관찰하는 방식이었지만, 현재는 고해상도 스캐너로 슬라이드를 디지털화하여 컴퓨터에서 분석할 수 있다. 이러한 디지털 병리 기술은 AI가 학습할 수 있는 대규모 이미지 데이터셋 구축을 가능하게 했다.
201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슬라이드 스캐닝 속도가 느리고 데이터 저장 용량이 부족해 상용화에 제약이 있었다. 하지만 2018년 이후 스캐너 속도가 40배 이상 향상되고, 클라우드 기반 저장 기술이 도입되면서 하루 수천 건의 슬라이드 디지털화가 가능해졌다. 이 변화는 AI 병리 분석 연구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계기가 되었으며, 학습 데이터 확보가 용이해지면서 딥러닝 알고리즘의 성능도 빠르게 향상되었다.의료 인공지능(AI) 병리 분석의 핵심 기술과 사례
AI 병리 분석의 핵심 기술
AI 기반 병리 분석의 중심에는 컴퓨터 비전과 딥러닝 기술이 있다. 특히 합성곱 신경망(CNN)은 세포 핵의 모양, 색상, 분포 패턴을 자동으로 식별하고 질병 특이적 특징을 추출하는 데 강점을 보인다.
- 세포 단위 분할(Segmentation): 슬라이드 이미지에서 개별 세포를 정확하게 분리하는 기술이다. 예를 들어, 암 조직 내에서 종양 세포와 정상 세포를 구분할 수 있다.
- 패턴 인식(Classification): 특정 암종의 등급을 자동으로 분류한다. 폐암, 유방암, 위암 등 암 종류에 따라 AI 모델이 다른 분류 기준을 학습하도록 설계된다.
- 정량 분석(Quantification): 종양 크기, 세포 밀도, 혈관 분포 등을 수치로 산출해 치료 경과 모니터링에 활용된다.
최근에는 Transformer 구조를 활용한 AI가 전체 슬라이드의 전역적 문맥을 이해하면서 국소 영역과 전체 패턴을 동시에 분석하는 ‘멀티스케일 분석’이 가능해졌다. 이로 인해 희귀 병변이나 미세 전이도 더 정확하게 탐지할 수 있게 되었다.
AI 병리 분석 실무 적용 사례
AI 병리 분석은 이미 다양한 의료 환경에서 사용되고 있다.
- 암 진단 보조: 미국 FDA 승인을 받은 Paige.AI의 병리 분석 솔루션은 전립선 암 슬라이드 판독 정확도를 병리학자 단독 판독 대비 7% 향상시켰다.
- 조직 염증 평가: 스웨덴의 한 대학병원은 AI를 이용해 간 조직 염증 정도를 분석한 결과, 평가 시간이 기존 45분에서 3분으로 단축되었다.
- 희귀 질환 탐지: 캐나다 연구팀은 2,000건 미만의 학습 데이터로 희귀 혈액 질환을 92% 정확도로 식별하는 AI를 개발했다. 이는 소규모 데이터 학습에서도 AI가 실질적 성능을 발휘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 원격 협진: 디지털 병리와 AI를 결합해 해외 병리학자와 슬라이드를 실시간 공유·분석하는 시스템이 도입되면서, 병리 인력이 부족한 지역에서도 고품질 진단이 가능해졌다.
결론
의료 인공지능(AI) 병리 분석 기술 도입의 장점과 한계
AI 기반 병리 분석은 진단 속도 향상, 정확도 개선, 병리학자의 업무 부담 완화라는 세 가지 주요 이점을 제공한다. 특히 하루 500건 이상의 슬라이드를 판독하는 병원에서는 AI가 1차 선별 작업을 수행해 의사가 최종 판독에 집중할 수 있다.
그러나 한계도 존재한다. 첫째, AI 모델은 학습 데이터의 품질과 다양성에 크게 의존한다. 특정 장비나 염색 방식으로 제작된 슬라이드만 학습하면, 다른 환경에서 촬영한 슬라이드에 대한 성능이 떨어질 수 있다. 둘째, 법적·윤리적 규제가 아직 명확하지 않아 AI의 판독 결과를 법적으로 진단 근거로 삼는 데 제약이 있다. 셋째, 초기 도입 비용이 높아 중소형 의료기관은 도입에 신중할 수밖에 없다.미래 전망
향후 AI 기반 병리 분석 기술은 진단 보조를 넘어 예후 예측과 치료 반응 분석까지 확장될 것으로 예상된다. 예를 들어, 암세포의 유전자 변이 패턴을 병리 이미지에서 간접적으로 추정하는 ‘이미지 기반 게놈 예측’ 기술이 개발되고 있다. 또한 글로벌 제약사들은 병리 AI를 신약 개발 과정에 도입해, 환자별 조직 반응을 사전에 분석함으로써 임상시험 성공률을 높이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그랜드뷰리서치는 전 세계 디지털 병리 시장이 2023년 10억 달러에서 2030년 29억 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며, 이 중 AI 기반 분석 솔루션이 핵심 성장 동력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AI 병리 분석은 단순히 병리학자를 대체하는 기술이 아니라, 데이터 기반의 객관성과 속도를 더해 의료진의 역량을 극대화하는 동반자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의료 인공지능'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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